부론 명봉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절터, 더디지만 조금씩 손길이 닿고 있는 폐사지 법천사지(사적 제466호)로 가보자. 천 년 전의 화려한 모습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법천사지에는 옛 시절 번창했을 시기에 그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보여주는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법천사는 비록 임진왜란 때 불타 역사 속에 묻혔지만, 당간지주에서 탑전지까지의 넓은 터와 오랜 기간 동안 발굴해온 유물들을 볼 때 세월도 천년 고찰의 위용을 모두 지우지는 못한 듯하다. 

현재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어서 아마 일이 년 후면 지금의 모습과 다르게 좀 더 볼거리들이 많아질 것이다. 당간지주에서 드넓은 터를 지나 지광국사 현묘탑비까지 가보자. 법당 터와 석탑 일부가 남아있고 주변에는 절터에서 나온 석재들이 흩어져 있다. 동쪽 산기슭으로 올라가면 지광국사의 부도를 모셨던 탑전지를 만나게 된다. 탑은 없고 탑비만 남아 있는 건 좀 아쉽다.

지광국사현묘탑비(국보 제59호)에는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으니 찬찬히 감상해보자. 거북이 등에 새겨진 임금 왕(王) 자, 연꽃잎과 구름 속 용이 조각된 왕관 모양의 머릿돌, 비 몸돌에 새겨진 연꽃, 구름, 용, 봉황 등의 조각이 매우 화려하다. 지광국사의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이걸 돌에 새겼을까 신기할 정도로 정교한 작품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었던 길이 남아있는 것도 볼 수 있는데 그런 길에조차 바닥에 돌을 깔았으니 그 화려함이 예사로운 절은 아니다.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은 일제강점기에 오사카까지 밀반출되었다가 반환되었지만 이곳에 오지 못하고 경복궁으로 갔다. 훼손이 심해 현재는 다시 복원 중이라는데, 이제는 원래의 자리인 이곳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탑비와 함께 있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법천사지​ |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629 | 033-733-1330​